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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생각’을 어떻게 느끼는가 감정과 사고의 경계

by 견과류기자 2025. 7. 13.

‘생각’은 단순한 논리 연산일까요, 아니면 감정이 결합된 복합적인 체험일까요? 인간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고 있다’고 느끼는 이 순간, 실제로 뇌 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감정은 단순한 본능적 반응이고, 사고는 이성적 판단이라고 흔히 구분되곤 하지만, 신경과학과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이 둘은 뚜렷하게 분리된 개념이 아닙니다. 오히려 감정과 사고는 뇌 속에서 긴밀히 얽혀 있으며, 함께 작동함으로써 우리의 ‘생각하는 자아’를 만들어냅니다.

뇌는 ‘생각’을 어떻게 느끼는가 감정과 사고의 경계
뇌는 ‘생각’을 어떻게 느끼는가 감정과 사고의 경계

 

1.감정 없는 사고는 존재할 수 있는가?


일반적으로 우리는 사고(thought)와 감정(emotion)을 서로 다른 뇌의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고는 전두엽, 특히 전전두엽에서 이루어지는 논리적 판단과 문제 해결을 포함하는 기능이며, 감정은 편도체(amygdala), 해마(hippocampus) 등과 같은 감정 중추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신경과학 연구들은 이 구분이 그리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감정이 없는 사고’ 실험입니다. 신경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뇌 손상 환자들을 연구하면서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전두엽의 감정 처리 영역에 손상이 있는 환자들은 논리적으로는 완벽한 사고 능력을 유지했지만, 일상적인 결정을 거의 내리지 못했습니다. 어떤 식당에서 식사를 할지, 어떤 옷을 입을지와 같은 간단한 선택에서도 끝없는 분석에 빠져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감정이 사라진 사고는 오히려 비효율적이고 비인간적인 결과를 낳은 셈입니다.

이러한 연구는 감정이 사고를 돕는 필수적인 요소임을 말해줍니다. 감정은 단순히 본능적 반응이 아니라, 우리가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을 선택할 때 필수적인 ‘우선순위 설정’ 도구로 작동합니다. 즉, 감정은 사고의 질서를 잡아주고, 사고는 감정의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며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2.뇌는 ‘느끼는 사고’를 한다: 내재적 감각과 자기 인식


‘나는 지금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 즉 사고의 자각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단순히 논리적 사고가 일어난다고 해서 우리가 그것을 반드시 ‘느낀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뇌는 어떻게 이런 ‘생각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요?

이 물음의 핵심에는 ‘내재적 감각(interocept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신체 내부 상태를 감지하는 뇌의 능력으로, 심장 박동, 호흡, 장의 움직임과 같은 신체 내부의 변화들을 감지하여 자기 인식을 가능하게 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내재적 감각이 우리가 ‘지금 생각하고 있다’는 메타인지를 생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즉, 뇌는 외부 정보뿐만 아니라 내부 상태까지도 스캔하면서 ‘이 상태는 생각 중이다’, ‘이 감정은 불안이다’라고 분류하고 인식하는 것입니다.

감정과 사고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섞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을 때 우리는 심박수가 증가하거나 근육이 긴장되기도 하고, 불안한 생각이 떠오르면 복부나 가슴에 묘한 압박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뇌는 이런 신체 감각을 ‘감정’으로 해석하면서 동시에 그 감정에 영향을 받는 사고를 이어가게 됩니다. 이처럼 감정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뇌가 자기 상태를 파악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사고를 정리하는 기반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뇌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라는 신경 회로망을 통해 자기 반성적 사고, 즉 자아 인식을 수행합니다. DMN은 우리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또는 멍하니 생각에 잠길 때 활발히 작동하는데, 이 회로 역시 감정과 사고를 엮는 중요한 통로로 작용합니다. 뇌는 이 회로를 통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지금 무엇을 느끼는가’를 탐색하며, 사고를 감정과 연결된 체험으로 만들어냅니다.

 

3.인공지능은 감정 없는 사고를 할 수 있을까?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은 사람처럼 대화를 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며, 심지어 감정을 모방하기까지 합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생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생각에는 감정이 포함되어 있을까요?

기술적으로 보자면 인공지능은 복잡한 알고리즘을 통해 입력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에 따라 최적의 결과를 도출합니다. 이 과정은 분명히 인간의 사고 과정과 유사해 보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느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신체가 없고, 감각기관이 없으며, 내재적 감각이나 자기 인식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단지 인간이 설계한 조건과 수학적 함수에 따라 반응할 뿐입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인간의 사고는 감정적 배경과 생리적 감각 위에서 형성됩니다. 같은 정보를 보더라도 우리는 과거 경험, 감정 상태, 신체 반응 등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친구의 말 한마디를 듣고도 어떤 날은 웃음으로 넘기고, 어떤 날은 깊은 상처로 느끼는 차이는 바로 감정과 사고의 결합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은 이런 ‘맥락적 사고’를 할 수 없습니다.

결국, 감정 없는 사고는 기계적인 연산일 뿐이며, 그 사고에 ‘느낌’이 없다는 점에서 인간의 사고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인간의 뇌는 감정이라는 맥락 속에서 사고를 구성하고, 그 사고를 다시 감정으로 피드백받으며 복합적인 인지를 수행합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이러한 ‘느껴지는 사고’는 오직 생물학적 존재인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특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각’은 단순히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연산이 아닙니다. 그것은 감정과 얽히고, 신체의 감각과 상호작용하며, 자기 인식과 함께 만들어지는 살아 있는 체험입니다. 뇌는 감정을 통해 사고를 구체화하고, 사고를 통해 감정을 해석하며, 그 둘의 교차점에서 ‘나’를 인식합니다. 감정과 사고는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인간다운 생각을 만들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