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시장은 지금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퇴직연금 관련 자료에 따르면, 개인형 퇴직연금, 즉 IRP가 전체 퇴직연금 시장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면서, 퇴직 시 확정급여형이나 확정기여형에서 IRP로 자산을 이전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IRP는 주로 저축을 위한 통로로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은퇴 이후 생활비를 지급받는 연금 계좌로 그 역할이 전환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퇴직연금을 연금 형태로 수령하는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자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수령하느냐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IRP는 단순히 돈을 모으는 계좌가 아닙니다. 인생 2막을 위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설계해야 하는 중요한 금융 도구입니다. 그렇다면 IRP에서 연금을 수령할 때 어떤 방식들이 있으며, 수령 시 어떤 점들을 주의해야 할까요?
1.수령 방식, 기간을 정할 것인가 금액을 정할 것인가
IRP에서 연금을 수령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연금 수령 기간을 먼저 정해 놓고, 그 기간에 맞춰 적립금을 나누어 받는 방식입니다. 둘째는 매달 받을 연금 금액을 먼저 정해 놓고, 계좌에 있는 자산이 다할 때까지 그 금액을 지급받는 방식입니다.연금 수령 기간을 정하는 경우, 계좌의 수익률에 따라 매달 받는 금액이 달라집니다. 수익률이 좋을수록 더 많은 연금액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수익률이 낮아지면 수령 금액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이 방식은 금융시장의 흐름에 따라 연금액이 달라지므로 일정한 투자성과가 필요합니다.반면 연금 수령 금액을 먼저 정해 놓는 방식은 매달 일정한 금액을 수령하는 데 유리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수익률에 따라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질 수도 있습니다. 수익률이 좋으면 더 오랫동안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낮은 수익률이 지속되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계좌의 자산이 고갈될 수 있습니다.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자신에게 어떤 방식이 더 적합한지는 기대 수명, 생활비 지출 패턴, 투자 성향, 공적연금 수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기본적인 생활비가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등으로 충당된다면 IRP는 수익 중심으로 운용할 수도 있고, 반대로 일정한 현금 흐름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금액 지정형이 더 적절할 수 있습니다.
2.금융상품 매도 순서, 알고 있어야 안정적 연금 수령 가능
IRP 계좌에서 매달 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계좌 내에 현금이 충분히 있어야 합니다. 만약 현금이 부족하다면, 금융회사는 IRP 계좌에 편입된 금융상품을 매도하여 연금 지급에 필요한 현금을 마련하게 됩니다. 이때 어떤 상품이 먼저 팔리는지, 즉 매도 순서는 연금 수령의 안정성과 직결됩니다. 가입자가 별도로 매도 순서를 지정해 놓지 않은 경우, 금융회사는 일반적으로 원리금 보장 상품을 먼저 매도합니다. 예금이나 적금, 보험과 같은 상품들이 여기에 해당하며, 보통 금리가 낮은 상품부터 순차적으로 해지됩니다. 이후에도 현금이 부족하다면 실적 배당 상품을 매도하게 되며, 이 경우 주식 비중이 낮은 상품부터 처분됩니다. 하지만 모든 실적 배당 상품이 자동으로 매도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로 상장지수펀드나 리츠와 같은 상품은 자동으로 매도되지 않고, 가입자가 직접 매도 지시를 해야만 현금화가 가능합니다. 이 부분을 간과하면 연금 수령일에 현금 부족으로 인해 연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매도 순서와 매도 가능 상품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직접 매도해야 하는 상품을 보유한 경우에는, 연금 수령일 이전에 반드시 매도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현금을 계좌에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금융회사 앱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자동 매도 순서를 설정할 수 있으며, 미리 점검해두는 습관이 연금 수령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3.매달 현금을 확보하는 전략, 연금 수령의 핵심
IRP에서 연금을 꾸준히 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매달 일정한 현금을 계좌에 확보하는 것입니다. 자산이 많아도 현금이 부족하면 연금을 지급받을 수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드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매달 배당 또는 분배금을 지급하는 금융상품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월 분배형 펀드나 상장지수펀드는 투자 원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매달 일정한 현금을 지급해 줍니다. 이러한 상품을 IRP 계좌에 편입해 두면, 별도로 자산을 매도하지 않아도 연금 지급에 필요한 현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실적 배당형 연금보험 상품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상품들은 투자 수익에 따라 매달 일정 금액을 연금 형태로 지급하며, 변동성이 있는 대신 수익이 안정적일 경우 꾸준한 연금 수령에 도움이 됩니다. 보험사의 IRP 편입 가능 상품을 확인해 활용하면, 보다 다양한 자산 구성 전략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현금 확보 전략의 또 다른 방법은 계좌 내 일부 자산을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는 것입니다. 전체 자산 중 일정 비율을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유지함으로써 시장의 등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율은 본인의 투자 성향과 목표 수익률에 따라 조절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IRP 계좌의 현금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달 연금 수령일 전에 잔고와 투자 상품의 분배금 일정, 자동 매도 설정 여부 등을 확인해야만 연금 수령 누락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일부 금융사는 자동 알림 서비스나 월별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퇴직 이후의 삶은 새로운 소득 구조를 필요로 합니다. IRP는 단지 퇴직금을 보관하는 계좌가 아니라, 삶의 2막을 안정적으로 설계하기 위한 핵심 도구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연금 수령 방식, 금융상품 매도 순서, 현금 확보 전략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필요합니다. ‘얼마나 많이 쌓았는가’보다 ‘어떻게 현명하게 쓰는가’가 중요해지는 시기입니다. IRP 연금은 계획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을 줍니다. 이제는 IRP도 전략이 필요한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