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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은 어디서 오는가? — 뇌의 네트워크 관점에서 본 창의성

by 견과류기자 2025. 6. 18.

1.창의성은 어떻게 정의되는가? — 자유로운 발상과 목적 지향적 사고의 결합

창의력은 어디서 오는가? — 뇌의 네트워크 관점에서 본 창의성


창의성이란 단순히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이 '유용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새로운'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전혀 연관 없어 보이던 개념을 독창적으로 연결하거나, 기존의 문제를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능력입니다. 창의성은 예술, 과학, 기술,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창의성은 단순한 직관이나 영감의 산물이 아니라, 뇌의 복잡한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나타나는 고차원적 인지 기능입니다.

창의적인 사고는 크게 두 가지 사고 방식의 조화를 필요로 합니다. 하나는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입니다. 이는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다양한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고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벽돌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문을 고정하는 도구’, ‘책 받침대’, ‘문진’ 등 여러 가지 독특한 용도를 떠올릴 수 있다면, 이는 확산적 사고가 잘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수렴적 사고(Convergent Thinking)’는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사고 방식입니다.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확산적 사고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후, 수렴적 사고를 통해 그것을 정리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처럼 창의성은 단일한 인지능력이 아니라, 뇌의 다양한 인지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작동하는 복합적 메커니즘입니다. 이 복잡한 작동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뇌의 네트워크 구조, 즉 서로 다른 뇌 영역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왼쪽 뇌 vs. 오른쪽 뇌’라는 이분법적 설명을 넘어서는, 현대 신경과학의 시각을 제공합니다.

 

2.뇌의 네트워크는 어떻게 창의성을 만들어내는가?


창의성에 대한 현대 뇌과학의 연구는, 특정한 하나의 뇌 영역이 아니라 여러 뇌 네트워크의 ‘상호작용’이 핵심임을 보여줍니다. 특히 창의적인 사고를 할 때 활성화되는 대표적인 세 가지 뇌 네트워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 집행 제어 네트워크(Executive Control Network, ECN), 그리고 주의 네트워크(Salience Network, SN)입니다.

기본 모드 네트워크(DMN)는 내적인 상상, 과거 회상, 미래 계획, 공상, 자기 성찰과 같은 내면적 사고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씨앗’은 이 네트워크에서 자주 생성됩니다. DMN은 우리가 아무런 외부 자극 없이 혼자 사색에 잠겨 있을 때 활성화됩니다. 이는 마치 무의식 중에 떠오르는 기발한 아이디어나, '샤워 중에 번뜩이는 영감'과 같은 현상을 설명해 줍니다.

그러나 DMN만으로는 아이디어가 정리되거나 완성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집행 제어 네트워크(ECN)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ECN은 목표 설정, 계획, 집중력, 판단 등과 관련된 고차원적인 인지 기능을 조절합니다. 이 네트워크는 우리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실제 문제 해결에 맞는 방식으로 다듬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다시 말해, DMN이 만든 창의적 아이디어를 ECN이 '현실화'시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주의 네트워크(SN)는 DMN과 ECN 사이의 전환을 조율하는 역할을 합니다. 즉,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한 순간, 뇌가 내면적 상상(기본 모드)에서 현실적 판단(집행 제어)으로 부드럽게 전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종의 ‘신호등’과 같은 시스템입니다.

이 세 가지 네트워크는 각각 독립적으로 작동하기도 하지만, 창의적인 순간에는 이들이 동시적으로, 그리고 유연하게 연결되어야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높은 창의성을 가진 사람은 이 네트워크들 간의 연결성과 유연성이 더 뛰어나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따라서 창의성은 단순히 “좌뇌형” 혹은 “우뇌형”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창의성은 뇌 전체의 ‘동적 협업(dynamic cooperation)’을 통해 이루어지는 복잡한 현상이며, 이는 우리로 하여금 기발하고도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게 합니다.

 

3.창의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뇌 훈련과 실천 전략


창의성은 타고나는 요소도 있지만, 충분히 훈련을 통해 개발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특히 앞서 언급한 기본 모드 네트워크(DMN), 집행 제어 네트워크(ECN), 주의 네트워크(SN)의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활동들을 일상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우리는 뇌의 창의적 연결성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주목할 것은 ‘의식적인 멍 때리기’입니다.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내면의 생각을 자유롭게 떠돌게 두는 것입니다. 걷기 명상, 샤워, 자연 속 산책 같은 활동은 기본 모드 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키기에 이상적입니다. 이때 떠오른 아이디어는 어수선하거나 불분명할 수 있지만, 중요한 ‘창의의 원석’이 됩니다.

두 번째 전략은 제한된 조건 속에서의 자유로운 발상 훈련입니다. 브레인스토밍, SCAMPER 기법(대체하기, 결합하기, 조정하기 등) 같은 기법들은 확산적 사고를 자극하며, 동시에 집행 제어 네트워크가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정리하는 훈련이 됩니다. 특히,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접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보는 연습은 뇌 간 네트워크 연결성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줍니다.

세 번째는 창의적 실천을 위한 일상 루틴화입니다. 예술적 활동(글쓰기, 그림 그리기, 음악 등), 퍼즐 풀이, 독서, 다양한 사람과의 토론 등은 다양한 인지 네트워크를 동시에 활성화시킵니다. 특히, 새로운 환경이나 낯선 문화에 노출되는 여행은 뇌의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충분한 수면과 휴식 또한 창의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뇌는 잠자는 동안 정보들을 통합하고, 새로운 연관성을 형성하는 데 집중합니다. 꿈속에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아침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처럼 창의성은 단순히 영감이 떠오르는 운 좋은 순간이 아니라, 뇌의 네트워크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적절히 자극함으로써 꾸준히 개발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면,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일상적 노력이 가장 강력한 열쇠입니다.